영화 가여운 것들

괴상하고 난잡해서 선뜻 추천하긴 어렵지만, ‘나는 왜 보통 사람과 다를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기이한 유머와 아름다움에 홀리게 될 것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가여운 것들’은 10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13개) 다음으로 많은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주연 배우 에마 스톤(36)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영국 아카데미를 포함해 여우주연상만 26개를 거머쥐었다.
에마 스톤이 연기한 주인공 벨라는 여자판 프랑켄슈타인이다. 천재 과학자 갓윈(윌럼 더포)은 죽은 임신부의 몸과, 배 안에 있던 태아의 뇌를 결합해 인조인간 벨라를 만들어냈다. 벨라는 뒤뚱거리며 걷는 영아부터 성숙한 성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 갓윈은 기상천외한 실험을 거듭하며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

유아기의 벨라는 본능에 충실한 동물에 가깝다. 성적인 호기심이 왕성한 캐릭터로, 문란하고 방종하지만 동시에 솔직하고 웃기고 당당하다. 벨라는 자신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마크 러펄로)과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에마 스톤의 전라 노출, 파격적인 베드신부터 이슈가 됐다. 정신적으로는 어린아이인 벨라가 성을 탐닉하거나 자립을 위해 몸을 파는 등 ‘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으로 보면 비판할 거리가 많다. 해외 평론가들도 페미니즘 영화인지 아닌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한 스톤은 “벨라가 완전히 자유롭고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중요했다. 음식이나 철학, 여행, 춤에 대한 발견처럼 섹스도 그녀의 여정 중 일부”라고 변호했다.

스톤은 성인의 몸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한 어린아이를 연기한다. 처음으로 음악을 듣는 장면, 에그 타르트를 처음 맛보는 장면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낯설게 감각한다. 그중 압권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실험실의 개구리 같았던 눈이 처음으로 인간처럼 느껴진다. 가여운 것들에 대한 연민은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다르냐는 갓윈의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스톤의 유달리 크고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은 반항적인 캐릭터를 맡았을 때 더 매혹적으로 빛난다. 스톤은 7세 때 처음 공황 발작을 겪고 11세 때부터 치료의 일환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늘 불안에 시달린다고 고백한 그는 “불안의 본질 중 하나는 내가 나 자신을 항상 지켜본다는 것이다. 반면 벨라는 자신을 평가하지 않고,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스톤이 ‘라라랜드’에 이어 두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상 여부를 떠나 ‘가여운 것들’은 ‘라라랜드’를 뛰어넘는 그의 대표작이 될 듯하다. 스톤이 만들어낸 강렬한 캐릭터 벨라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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