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마트폰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행사장.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아너(Honor) 부스에선 손가락이 아닌 시선(視線)으로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시연이 한창이었다. 다음 달 유럽 시장에서 출시되는 ‘매직6 프로’ 단말기 화면 위쪽에 뜬 문자 도착 알림을 시연자가 3초 정도 쳐다보자 바로 메시지 전체를 읽을 수 있는 큰 창으로 전환됐다. 스마트폰에서 발산한 적외선이 사용자의 눈에 반사되는 것을 센서가 감지해 추가로 스마트폰 기능이 구동되는 식이다. 양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일 때도 전화를 받거나 문자나 알람 등을 확인하고 앱을 열 수 있다. 아너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더 많은 스마트폰 기능을 시선으로 구동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MWC에선 ‘손가락으로 앱을 클릭해 작동’이라는 기존의 스마트폰 문법을 벗어난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폰이 참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크린 앱을 ‘터치’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지만, 올해 MWC에선 “5~10년이면 스마트폰에서 앱이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앱을 열지 않고도 음성 명령만으로 항공편 예약, 상품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왔다.

명령 한마디에 다 해주는 AI 비서
이날 독일 통신사 도이체텔레콤은 앱 없는(앱 프리) AI 스마트폰 시제품을 선보였다. 퀄컴, 브레인닷AI와 협업해 개발 중인 이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AI 비서’에게 음성으로 명령하면 각종 예약이나 상품 구매, 이미지 생성 같은 업무를 자동으로 진행했다. 예컨대 “두 살짜리 딸을 위한 선물을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AI 비서가 여러 개의 장난감 정보를 화면에 띄워 준다. “3월 1일에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예약해줘”라고 하면 항공편을 보여주고, 항공권 구매까지 진행하는 식이다. 팀 회트게스 도이체텔레콤 CEO는 “앞으로 5~10년 후에는 우리 중 누구도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아너는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손짓만으로 인터넷 창을 닫거나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AI 모션 센서’ 기능도 선보였다.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손가락을 아래로 움직이면 화면 스크롤이 내려가고, 주먹을 쥐면 인터넷 창을 닫을 수 있다. 문자 메시지로 받은 신발 사진을 드래그(끌기)해 구글 앱 위에 덮어씌우니 자동으로 가격과 판매 중인 쇼핑몰 등이 검색되는 기능도 있었다. 샤오미의 신형 스마트폰 ‘샤오미 14 시리즈’도 각종 AI 기능을 탑재했다. 화상회의 때 참석자 발언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옮겨주거나, 찾고 있는 사진 내용을 말로 설명하면 앨범에서 바로 찾아주는 식이다.

모바일용 칩을 만드는 미국 퀄컴 부스에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 회사 칩을 사용해 만든 각종 AI 스마트폰을 볼 수 있었다. 전시된 스마트폰 하나에 “내 아들이 춤추는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말하자 앨범에 저장된 사진을 활용해 영상을 만들었다. 사진 속 불필요한 인물이나 물건을 터치 한 번으로 제거하거나, 사진 배경을 감쪽같이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스마트폰 넘어 AI 핀·AI 안경도 등장
AI 기술을 적용한 핀, 안경, PC 같은 단말기도 MWC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이 내놓은 ‘AI 핀’은 명함 절반 정도의 소형 단말기로 옷깃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 몇 명이나 왔어?” 같은 질문에 AI 핀이 대답했고, 내장된 카메라로 영상·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했다. 중국 오포는 안경과 거의 같은 형태의 증강현실(AR) 글라스 시제품을 선보였다. 무게가 50g으로 가볍고 자체 LLM(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음성 비서가 탑재돼 있다. 음성으로 명령하면 정보를 검색해 사용자의 눈앞에 보여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론 스마트폰을 넘어선 AI 활용 모바일 기기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올해 MWC 기조 연설을 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5년 후에도 스마트폰이 AI를 구현하는 가장 완벽한 기기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 일상생활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안경이나 다른 형태의 기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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